텅스텐

텅스텐(Tungsten)은 화학 원소로, 원소기호는 W, 원자번호는 74입니다. ‘텅스텐’이라는 이름은 스웨덴어 tung sten에서 왔으며, 의미는 ‘무거운 돌’입니다. 실제로 텅스텐은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금속 중 하나로, 납보다 약 1.7배 더 무겁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주로 울프라마이트(Wolframite)나 셰일라이트(Scheelite) 같은 광석에서 산출됩니다. 이 때문에 독일어권에서는 지금도 텅스텐을 ‘울프람(Wolfram)’이라고 부르며, 원소기호 W 역시 이 명칭에서 유래했습니다.

물리적 성질

텅스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녹는점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녹는점은 약 3,422℃, 끓는점은 약 5,555℃로, 모든 금속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이 덕분에 텅스텐은 고온 환경에서도 쉽게 변형되거나 녹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특성은 단단함과 내마모성입니다. 텅스텐은 경도가 높고, 잘 깎이지 않으며, 열팽창률도 낮아서 고온에서도 치수 변화가 적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절삭 공구, 드릴, 절단날 등에 널리 쓰입니다.

밀도는 약 19.25g/cm³으로, 거의 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기 전도성도 좋아서 전자기기나 전구 필라멘트 재료로 활용됩니다.

화학적 성질

텅스텐은 상온에서 대부분의 화학물질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는 표면에 산화 피막이 형성되어 내부 금속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온에서 산소나 염소와 반응하면 산화텅스텐(WO₃)이나 염화텅스텐(WCl₆) 같은 화합물을 형성합니다. 또한 텅스텐은 강산에는 비교적 안정하지만, 혼합산(예: 왕수)에는 천천히 녹습니다.

이 금속은 다른 금속들과 합금을 만들 때도 뛰어난 성질을 발휘합니다. 대표적으로 텅스텐 카바이드(WC)는 철보다 훨씬 단단한 물질로, ‘초경합금’이라고 불리며 공업용 절삭 공구나 금형 제작에 쓰입니다.

산업적 활용

텅스텐의 활용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용도는 전구의 필라멘트입니다. 초기 백열등 시대부터 필라멘트 재료로 텅스텐이 쓰였는데, 이는 그 높은 녹는점 덕분입니다. 전구 속에서 수천 도의 온도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랫동안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텅스텐은 전극, 로켓 노즐, 핵융합 장치의 열차폐재, 방사선 차폐재, 항공우주 부품, 군사 장비 등에도 사용됩니다. 특히 텅스텐 합금은 높은 밀도와 경도 덕분에 탱크 포탄(날탄)이나 균형추, 자이로스코프 회전체 등에 필수적입니다.

경제적 가치와 공급

텅스텐은 희소 금속에 속합니다. 전 세계 매장량은 제한적이며, 주된 생산국은 중국, 러시아, 볼리비아,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입니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공급 불안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는 재활용 기술대체 소재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안전성

텅스텐 자체는 비교적 안정하고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세한 텅스텐 분말이나 화합물 형태로 흡입될 경우 폐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텅스텐 채굴 및 정련 과정에서는 폐광수와 폐기물에 중금속이 포함될 수 있어, 적절한 환경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텅스텐 정제 기술’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적 흥미 요소

텅스텐은 물리학과 재료과학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극한의 온도와 압력에서도 안정하기 때문에, 플라즈마 물리 실험이나 핵융합로(토카막)의 내벽 재질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텅스텐의 높은 밀도는 중성자 차폐중력 실험 장비의 질량 조절에도 유용합니다.

심지어 천체물리학에서도 텅스텐은 관심의 대상입니다. 어떤 이론에서는 텅스텐과 같은 초고밀도 금속이 중성자별 표면 구성 원소로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물질이 극단적 환경에서 어떤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단서를 제공합니다.

인류와 함께한 텅스텐의 역사

텅스텐은 18세기 후반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1781년, 스웨덴의 셰엘레(Scheele)가 텅스텐 산화물을 분리했고, 이후 1783년 스페인의 엘후야르 형제가 이 산화물로부터 금속 텅스텐을 추출했습니다. 19세기 말에 들어서 전구 발명과 함께 그 진가가 알려졌고, 20세기에는 산업화와 군수 기술의 발전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텅스텐은 군사 전략자원으로 분류될 만큼 중요했습니다. 탄환과 장갑판, 절삭공구에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첨단 산업의 핵심 금속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하이테크 금속’ 중 하나로 불립니다.

미래의 텅스텐

21세기 들어 텅스텐은 단순한 금속 원료가 아니라, 첨단기술의 기반 재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전력전자, 방사선 차폐소재, 우주탐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융합 발전이나 초고온 내열 소재 연구에서 텅스텐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후보로 꼽힙니다.

하지만 그 희소성과 환경 부담 때문에, 앞으로는 재활용 효율 향상복합소재 연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텅스텐 카바이드 폐기물에서 텅스텐을 추출하는 친환경 습식공정이나, 나노 구조의 텅스텐 필름 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