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으며
맺으며 다시 앉을 자리를 남겨 두기
모임이 끝난 뒤 식탁 위에는 몇 개의 컵과 접힌 종이가 남았습니다. 민호는 다음번에도 자신이 정리하면 된다고 말하려다가 먼저 사람들의 일정을 물었습니다. 수진은 이번에는 조금 일찍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은정은 남은 컵을 씻겠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의자를 정리했습니다. 아무도 그 장면을 특별한 사랑의 증거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때로 이렇게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으로 나왔을 대답이 잠시 멈추고, 누군가의 사정을 물을 시간이 생기고, 가능한 몫을 나누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완벽한 결론은 아니어도, 누군가가 말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살펴본 언어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은혜를 생각하면 자격을 증명하려는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존엄을 생각하면 도움을 주기 전에 의사를 묻게 됩니다. 진실을 말하려면 경청이 필요하고, 용서를 말하려면 책임과 경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돌봄을 오래 이어 가려면 자원과 쉼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문장만으로 자신의 생활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가까이 가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내일은 물러나는 절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관계에서는 한 번 더 듣는 것이 사랑이고 다른 관계에서는 분명히 멈추겠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편한 결론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 않은지 계속 묻는 태도입니다.
책을 덮은 뒤 모든 장의 내용을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생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장면 하나를 남겨 두면 됩니다. 부탁을 받는 순간,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순간, 다른 사람의 사정을 듣는 순간, 하루를 마치는 순간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을 정해 보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변화만 기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모든 관계의 책임을 혼자 맡지도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정직하게 하고, 상대의 몫은 상대에게 남겨 두고, 함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에는 손을 내미는 일과 손에 쥔 통제를 놓는 일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식탁은 내일 다시 어질러질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말을 서두르고, 잘못 알아듣고, 맡은 일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때 돌아올 자리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을 말하고 사과하며 역할을 바꾸고 다시 배우는 자리입니다. 사랑을 배워 가는 생활은 그 자리를 완성했다고 선언하는 삶보다, 그 자리를 계속 마련하는 삶에 가까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