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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오래 걷는 신앙

16장 슬픔을 서둘러 설명하지 않기

위로하고 싶은 사람의 조급함

은정이 오래 소중히 여겼던 관계의 변화를 이야기한 날, 사람들은 좋은 뜻을 찾아 주려 했습니다. 더 나은 일이 생기려는 과정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정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필요한 것은 미래의 의미보다 지금 잃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할 자리였습니다.

슬픔 앞에서 우리는 불편해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적절한 말을 하지 못하면 무관심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설명을 서두릅니다. 하지만 설명은 때로 말하는 사람의 불편함을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듣는 사람은 자신의 슬픔이 빨리 정리되어야 하는 과제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상실의 경험은 죽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관계의 변화, 익숙한 장소를 떠나는 일, 기대했던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도 슬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크기로 비교해 어떤 슬픔은 인정하고 어떤 슬픔은 사소하게 취급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당사자가 무엇을 잃었다고 느끼는지 먼저 들어야 합니다.

탄식도 기도의 언어다

시편 13편에는 오래 지속되는 고통과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시편 전체에는 감사와 찬양뿐 아니라 두려움과 항의, 탄식의 언어도 나타납니다. 신앙적인 말은 언제나 밝고 단정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다른 폭을 보여 줍니다. 마음의 어두운 부분도 하나님 앞에 말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탄식은 고통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이 아닙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모름과 아픔을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은 고통의 이유를 개인의 믿음이나 잘못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한 하나님의 뜻을 쉽게 대신 설명하려는 태도에도 거리를 둡니다.

믿음이 있으면 슬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요한복음 11장에는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사람들과 예수의 눈물이 등장합니다. 부활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문맥에서도 눈물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소망과 슬픔을 서로 배제하는 감정으로 볼 필요가 없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좋은 일이 나중에 생겼다고 해서 이전의 상실이 좋은 일이었다고 반드시 결론 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그 의미를 주변 사람이 대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아무 의미도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상태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곁에 있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은정에게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묻자 그녀는 그 일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식사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사자는 평범한 대화도 원했습니다. 곁에 있는 방식은 매번 무거운 감정을 다루는 모습만은 아니었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함께 걷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을 무관심으로 해석하지 않고, 함께 있고 싶다는 요청을 부담스러운 의존으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필요는 날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속은 작고 지킬 수 있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언제든 모든 것을 도와주겠다는 말보다 이번 주 어느 날 함께 식사할 수 있다고 말하면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면 미리 알려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작은 약속의 불확실성도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도 조심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날이 다가올 때 연락해도 괜찮은지 묻거나, 지난번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잊었다고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면 아직도 그 상태라고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슬픔에는 타인이 정한 마감일이 없습니다.

일상이 돌아오는 여러 속도

은정은 어떤 날에는 크게 웃었고 다른 날에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웃는 모습을 보고 모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표정이 전체 상태를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슬플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고, 잠시 역할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회복한 방식이 곧 내게 맞는 기준은 아닙니다. 필요한 지원을 함께 찾되 당사자의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믿을 만한 사람이나 적절한 전문적인 도움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적인 위로가 실패했다는 판정이 아닙니다.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도움의 통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공동체는 모든 문제를 자신 안에서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위로는 때로 이유를 모르겠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은 슬픔을 없애는 주인이 아니라, 슬픔이 있는 생활에서도 당사자가 혼자 버려지지 않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설명이 늦어지는 자리에서도 사랑은 머물 수 있습니다.

함께 읽을 본문: 시편 13편, 요한복음 11:17–36. 질문과 눈물, 소망이 어떻게 한 이야기 안에 놓이는지 살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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