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오래 걷는 신앙
15장 쉼은 쓸모를 멈추는 용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떠오르는 마음
모임 준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첫 주말, 수진은 휴대전화를 자주 확인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찾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 연락이 없자 안도하면서도 조금 서운했습니다. 쉬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어도 일이 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예상보다 복잡한 경험이었습니다. 필요하다는 느낌이 피곤함과 함께 자신의 자리를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쉼을 방해하는 것은 할 일의 양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멈추면 가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 다른 사람이 더 잘할까 봐 두려운 마음, 쉬는 동안 누군가 실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합니다. 일정을 비워도 마음이 바쁘면 쉬는 시간을 또 다른 성과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어집니다.
쉬는 날에 책을 몇 쪽 읽고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다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활동이지만 그마저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면 휴식은 다른 형태의 업무가 됩니다. 쉼의 모양이 늘 아름답고 생산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결과를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견디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식의 언어를 다시 읽기
출애굽기 20:8–11에서 안식일에 관한 명령은 한 개인의 휴식 취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집안의 다른 사람과 가축, 함께 머무는 이방인까지 쉼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 흐름을 보면 나만 쉬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그 쉼을 떠받치는 문제도 생각하게 됩니다. 안식은 생활의 관계를 함께 살피는 언어입니다.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안식일과 주일, 쉼의 실천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이 책은 특정한 시간표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쉬지 못하는 생활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멈춤의 기회를 누구에게 허용하는지 묻습니다. 나의 한계와 다른 사람의 한계를 함께 인정하는 방향입니다.
신앙적으로 헌신하는 사람일수록 쉼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쉬어도 되는지 묻습니다. 그러나 필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필요를 지금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제한된 시간과 몸으로 살아갑니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믿음의 크기를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쉼은 일을 미워하는 태도와도 다릅니다. 의미 있는 일을 사랑하면서도 그것과 자신을 잠시 분리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중요하지만 내 존재의 전부는 아닙니다. 역할을 멈춘 자리에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음식을 먹고, 계절을 느끼는 생활은 계속됩니다.
다른 사람이 쉴 수 있게 하기
모임은 진행자가 쉬는 주간에는 질문을 다른 담당자에게 모으기로 했습니다. 쉬라고 말하면서 계속 확인을 요청하면 실제로는 역할이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고 판단할 범위를 넘겨주니 수진도 휴대전화를 계속 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휴식은 개인의 결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도 쉬는 사람을 정해 놓고 나머지 사람이 모든 일을 맡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수고가 보이는지, 쉬는 시간이 협의되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누가 더 피곤한지 경쟁하기보다 어떤 일을 나누고 어떤 기준을 낮출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편이 실제적입니다.
다른 사람의 쉼을 존중하려면 답장이 늦다고 바로 관계의 의미를 추측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급한 용건인지, 언제까지 답이 필요한지 분명히 알리면 상대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연락이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신호가 되면 함께 쉬기 어렵습니다.
쉬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만 바꾸면 된다고 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생활의 부담은 실제로 다릅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휴식에 대한 좋은 문장보다 일을 대신 맡아 줄 시간일 수 있습니다. 쉼을 권하는 말이 어떤 구체적인 도움과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돌아오는 방식을 남겨 두기
수진은 쉬는 주말에 대단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산책을 하고 식사를 천천히 했습니다. 처음에는 빈 시간이 어색했지만, 모임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 밖에도 관심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회복했습니다.
쉼이 끝나면 모든 피곤함이 사라져 있어야 한다고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 쌓인 부담은 한 번의 휴일로 정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갈 때에는 이전과 같은 양을 무조건 맡기보다 무엇을 조정해야 할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쉬고 돌아온 사람이 더 열심히 버틸 수 있게 되는 것만이 휴식의 목적은 아닙니다.
하루의 끝에 남은 일을 적어 두는 것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내일 확인할 것과 오늘 더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놓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붙들 필요가 줄어듭니다. 다만 이것도 자신에게 맞는 작은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휴식을 잘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를 또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쉼은 내가 세상의 모든 일을 붙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인정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멈춘 동안에도 다른 사람이 일하고, 바람이 불고,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불안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자유가 되기도 합니다. 쓸모를 잠시 멈추어도 사람으로서의 자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읽을 본문: 출애굽기 20:8–11, 마가복음 6:30–32. 개인의 쉼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쉼을 같이 살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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