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관계를 배우는 시간

6장 진실을 말하는 방식에도 사랑이 필요하다

맞는 말을 했다는 이유

민호는 준비 자료의 오류를 발견하자 단체 대화방에 화면을 올렸습니다. 여러 사람이 보고 있으니 빨리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만든 수진은 오류를 인정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의 실수만 크게 보였다고 느꼈습니다. 민호는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불편해하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중요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맞다는 사실이 전달 방식에 관한 모든 질문을 끝내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 먼저 말할지, 어떤 범위에 알릴지, 수정에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평가를 어떻게 나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말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의 성격을 판정하는 말이 섞이기도 합니다. 숫자가 잘못되었다는 사실 뒤에 늘 꼼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붙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화의 과제는 오류를 고치는 일에서 자신의 인격을 방어하는 일로 옮겨 갑니다. 해결에 필요한 진실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한 번에 주장한 셈입니다.

사실과 해석을 나누기

에베소서 4장은 공동체의 성장을 말하며 진실과 사랑을 함께 놓습니다. 이어 거짓을 버리는 일, 분노를 다루는 일, 말이 다른 사람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룹니다. 정직과 배려를 서로 반대편에 세우지 않는 흐름입니다. 거짓말로 평화를 꾸밀 필요도 없고, 잔인함을 정직의 증거로 삼을 필요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이 방향을 적용하려면 먼저 관찰과 해석을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약속한 파일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나를 무시해서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에 대한 해석입니다. 해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면 사실처럼 전달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내가 받은 영향은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파일이 늦어져서 검토할 시간이 줄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영향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도 자신의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정을 사실로 바꾸어 상대의 동기를 확정하지 않으려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요청도 구체적일수록 대화가 쉬워집니다. 앞으로 잘해 달라는 말보다 늦어질 때에는 정해 둔 시각 전에 알려 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두 사람은 그 약속이 현실적인지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좋은 태도를 요구하는 추상적인 대화가 실제 행동을 협의하는 대화로 바뀝니다.

부드러움이 회피가 될 때

배려한다는 이유로 필요한 말을 계속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편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는 설명 뒤에 갈등이 두려운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꺼번에 쌓인 불만을 쏟아내면 상대는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당황합니다. 부드럽게 말하는 일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작은 문제가 반복될 때에는 가능한 이른 시점에 대화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이야기해도 괜찮은지 묻고, 한 가지 장면에 집중합니다. 오래된 모든 사례를 증거처럼 늘어놓으면 상대는 문제를 이해하기보다 재판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복의 중요성을 말하되 대화의 범위를 감당할 수 있게 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당장 말할 수 없는 사정도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있거나, 다른 사람이 함께 있거나,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없을 수 있습니다. 잠시 미루겠다고 밝히고 다시 이야기할 시간을 정하면 회피와 구별됩니다. 나중에 말하겠다는 문장이 실제로 다시 만나는 약속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상대가 내 말을 듣고 불편해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사랑을 담아 말한다는 것은 아무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필요한 진실을 전하면서 불필요한 수치심을 더하지 않으려는 책임입니다. 대화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잘못된 대화라고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나기

민호는 다음번 오류를 발견했을 때 수진에게 먼저 확인했습니다. 자신이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실제 오류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사람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바뀐 수치와 수정 이유를 모임에 알렸습니다. 정보는 더 정확해졌고 수진은 공개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줄었습니다.

수진 역시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공격받았다고 결론 내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전달 방식에 대한 불편함을 말하면서 내용의 오류는 인정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하자 서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보였습니다. 민호는 전달 방식을, 수진은 자료를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진실한 대화에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포함됩니다. 질문을 해 놓고 상대의 설명을 들을 준비가 없다면 사실을 확인하는 척하며 결론을 통보하는 일이 됩니다. 반대로 상대의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해한 뒤에 더 정확한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 미루고 있는 대화가 있다면 종이에 네 가지를 적어 보십시오. 확인한 사실, 내가 받은 영향, 아직 모르는 부분, 구체적인 요청입니다. 문장을 꾸미기 전에 이 네 가지가 서로 섞여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사랑은 진실을 흐리는 안개가 아니라, 진실을 함께 감당할 수 있게 하는 태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을 본문: 에베소서 4:15–32. 이 장의 대화 방법은 본문에서 출발한 실천 제안이며 어떤 관계에서든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는 공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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